아버지 병원비를 내려고 은행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분들이 있어요. 통장도 도장도 다 챙겨 갔는데 창구에서 “본인 의사 확인이 안 되면 해지가 어렵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겁니다. 치매가 깊어져 본인이 서명도 대답도 못 하는 상태라면 자식이라도 예금을 찾거나 집을 처분할 수 없어요. 이럴 때 법원이 대신 결정할 사람을 정해주는 절차가 성년후견입니다. 신청은 가족이 직접 할 수 있고, 법원에 내는 돈 자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다만 서류가 많고 몇 달이 걸립니다.
성년후견인이 필요해지는 순간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바로 후견인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초기에는 본인이 은행에 같이 가서 직접 처리할 수 있고, 미리 위임장을 받아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워진 뒤예요. 가족이 가정법원을 찾게 되는 계기는 대개 이런 일입니다.
- 정기예금이나 보험을 해지해서 병원비와 간병비로 써야 하는데 은행이 본인 확인을 요구할 때
- 부모님 명의 집을 팔거나 전세를 놓아 요양 비용을 마련해야 할 때
- 상속 재산 분할, 보험금 청구처럼 본인 서명이 꼭 들어가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 형제 중 누군가 부모님 돈을 마음대로 쓴다는 의심이 생겨 관리를 투명하게 하고 싶을 때
치매 진단이 아직 없다면 순서가 달라요. 검사부터 받아야 하고, 그 과정은 치매검사 받는 방법과 비용 글에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임의후견 차이
후견은 한 가지가 아니라 네 갈래예요. 본인 판단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도움이 계속 필요한지 한 번만 필요한지에 따라 갈립니다. 치매가 많이 진행된 부모님이라면 성년후견, 일상생활은 되는데 큰 계약이 불안한 정도라면 한정후견을 주로 청구해요.
| 구분 | 대상 | 후견인 권한 | 이런 경우 |
|---|---|---|---|
| 성년후견 | 판단 능력이 지속적으로 없는 상태 | 재산 관리와 법률행위 전반을 대리 | 중증 치매, 의식이 없는 상태 |
| 한정후견 | 판단 능력이 부족한 상태 | 법원이 정한 범위만 동의·대리 | 경증~중등도 치매, 큰 계약만 걱정될 때 |
| 특정후견 | 일시적이거나 특정 사무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 정해진 기간·사무에 한정 | 부동산 매매 한 건, 소송 한 건 |
| 임의후견 | 아직 판단력이 있는 본인 | 본인이 계약으로 미리 정한 범위 | 치매 초기에 스스로 후견인을 정해둘 때 |
임의후견은 성격이 좀 달라요. 본인이 정신이 맑을 때 “나중에 내가 판단을 못 하게 되면 이 사람에게 맡긴다”는 계약을 공증으로 남겨두는 방식이거든요. 나중에 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초기 진단을 받은 부모님이 직접 원하실 때 쓰는 방법이에요.
성년후견이 개시돼도 부모님의 모든 행동이 묶이는 건 아닙니다.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것 같은 일상적인 거래는 그대로 본인이 할 수 있어요.

성년후견인 신청 방법과 진행 순서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검사,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정해져 있어요. 실제로는 자녀나 배우자가 청구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접수처는 부모님(사건본인)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이고,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은 지방법원이나 지원에 냅니다. 요양병원에 오래 계셔서 주민등록 주소와 실제 계신 곳이 다르면 어느 법원에 낼지 미리 전화로 확인해두세요.
진행은 대략 이런 순서예요.
- 심판청구서 접수 법원 민원실에 직접 내거나 대법원 전자소송으로 냅니다. 이때 후견인 후보자를 함께 적어요.
- 보정과 가족 의견 확인 빠진 서류를 보완하라는 연락이 오고, 다른 자녀가 동의하는지 법원이 확인합니다.
- 가사조사·심문 조사관이 가족을 면담하거나 판사가 심문 기일을 열어요. 본인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으면 본인 이야기도 듣습니다.
- 정신감정 법원이 지정한 병원에서 판단 능력을 감정합니다. 진단서와 진료기록만으로 상태가 분명하면 생략되기도 해요.
- 심판과 후견등기 결정문이 나오고 확정되면 법원이 후견등기를 올립니다. 그다음부터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떼어 은행과 관공서에 제출할 수 있어요.
후견인은 청구한 사람이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법원이 후보자의 나이, 부모님과의 관계, 재산 상황, 다른 가족의 의견을 보고 정합니다. 자녀 사이에 다툼이 있으면 가족 대신 변호사나 법무사 같은 제3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하기도 해요. 이 경우 보수는 법원이 정해서 부모님 재산에서 지급합니다.
준비 서류
서류가 이 절차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에요. 법원마다 요구하는 목록이 조금씩 달라서, 관할 법원 홈페이지의 안내문을 먼저 내려받아 보는 게 순서입니다. 공통으로 들어가는 건 다음과 같아요.
- 후견개시 심판청구서
- 사건본인(부모님)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표등(초)본
- 사건본인의 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
- 청구인과 후견인 후보자의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표등(초)본
- 진단서 또는 소견서, 진료기록
- 사전현황설명서와 재산목록
- 다른 가족(추정 상속인)의 동의서와 인감증명서
사전현황설명서에는 부모님 건강 상태, 지금 누가 돌보고 있는지,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왜 후견이 필요한지를 적어요. 여기를 대충 쓰면 보정 명령이 여러 번 나와 기간이 늘어집니다. 동의서는 형제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법원이 그 사람에게 의견을 따로 묻기 때문에, 청구 전에 가족끼리 이야기를 끝내두는 편이 수월해요. 요양병원 입원을 앞두고 가족이 미리 정해둘 일은 부모님 요양병원 모시기 전 가족이 정해둘 것들에서 다뤘습니다.

성년후견인 신청 비용과 걸리는 기간
법원에 직접 내는 돈은 인지대와 송달료예요. 인지대는 사건본인 1명당 5,000원이고, 송달료는 청구인 수에 따라 몇만 원 선에서 정해집니다. 비용의 대부분은 정신감정에서 나와요. 감정료는 병원과 감정 방식에 따라 차이가 커서 수십만 원 정도로 잡아두는 분이 많고, 입원 감정이 필요하면 더 들 수 있습니다.
| 항목 | 대략적인 수준 | 참고 |
|---|---|---|
| 인지대 | 5,000원 | 사건본인 1명 기준 |
| 송달료 | 몇만 원 선 | 청구인 수에 따라 달라짐, 남으면 환급 |
| 정신감정료 | 수십만 원 선 | 병원마다 다름, 생략되는 경우도 있음 |
| 서류 발급비 | 몇천 원~몇만 원 | 진단서·진료기록 사본 발급비 포함 |
| 변호사·법무사 보수 | 사무소마다 다름 | 직접 신청하면 들지 않음 |
기간은 접수부터 결정까지 서너 달에서 반년 정도 잡아야 해요. 서류가 한 번에 갖춰지고 가족 전원이 동의하면 빨라지고, 형제 중 누가 반대하거나 감정 일정이 밀리면 더 걸립니다. 병원비가 당장 급한데 결정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임시후견인을 정해달라는 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방법이 있어요. 받아들여질지는 법원이 사정을 보고 판단합니다.
후견인이 되면 할 수 있는 일과 법원 허가가 필요한 일
후견인이 됐다고 부모님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결정문에는 후견인이 혼자 할 수 있는 일과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 나뉘어 적혀 있습니다. 병원비 결제, 요양병원 입원 계약, 생활비 인출 같은 일은 보통 후견인 권한으로 처리해요. 큰돈이 움직이는 일은 다릅니다.
- 부모님이 살던 집을 팔거나 세를 놓는 일, 그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일은 가정법원 허가가 필요합니다.
- 일정 금액을 넘는 인출이나 대출, 상속 포기 같은 일도 결정문에 허가 사항으로 자주 적혀요.
- 선임되고 2개월 안에 부모님 재산목록을 만들어 법원에 내야 합니다.
- 그 뒤로는 법원이 정한 주기마다, 보통 1년에 한 번 후견사무보고서를 제출해요. 통장 내역과 영수증을 모아둬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모님 돈을 후견인 본인 생활비나 사업 자금으로 쓰면 횡령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자식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후견은 한번 시작하면 부모님 상태가 회복되거나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져요. 집 한 채만 팔고 끝내려고 시작했다가 매년 보고서를 내는 부담을 뒤늦게 아는 분도 있으니, 한 건만 처리하면 되는 상황이면 특정후견이 맞는지 먼저 따져보세요.

비용이 부담될 때 알아볼 곳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도움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 치매 어르신은 치매공공후견사업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지자체가 후견 심판 청구를 맡고 공공후견인 활동비를 지원하는 제도인데, 창구는 주소지 치매안심센터입니다. 대상 기준은 센터에서 확인해야 하고, 센터 이용 방법은 치매안심센터 이용법 글을 참고하세요.
청구서 작성이 막막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이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받을 수 있어요. 소득 기준에 맞으면 서류 작성과 청구 대리까지 지원받기도 합니다. 부모님을 모실 곳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내 주변 요양병원 찾기에서 지역별로 살펴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성년후견인은 자녀 중 누가 되나요
정해진 순서는 없어요. 청구서에 적은 후보자를 법원이 심사해서 정하고, 자녀 두 명을 공동 후견인으로 선임하기도 합니다. 파산 선고를 받았거나 부모님과 소송 중인 사람처럼 법에서 정한 결격 사유가 있으면 될 수 없어요.
형제가 반대하면 신청이 안 되나요
신청은 할 수 있습니다. 동의서가 없으면 법원이 그 형제에게 의견을 묻고, 필요하면 조사와 심문을 더 해요. 다툼이 심하면 가족이 아닌 제3자가 후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가족관계증명서에 남나요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표에는 적히지 않아요. 후견등기부에 따로 기록되고, 후견등기사항증명서는 본인과 후견인 등 정해진 사람만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후견인을 중간에 그만둘 수 있나요
건강 악화나 이민처럼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사임할 수 있어요. 이때 새 후견인 선임을 함께 청구해야 합니다. 그냥 손을 놓는 건 안 돼요.
요양병원 입원이나 수술 동의도 후견인이 하나요
법원이 결정문에서 신상에 관한 권한을 줬다면 후견인이 입원 계약과 치료 동의를 할 수 있어요. 다만 부모님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일 때는 본인 뜻이 먼저입니다. 정신병원 같은 곳에 격리하는 결정은 법원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해요.
주의사항
- 인지대와 송달료, 필요 서류는 법원과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어요. 접수 전에 관할 법원 안내문을 확인하세요.
- 감정료와 처리 기간은 사건마다 차이가 큽니다. 위에 적은 수준은 대략적인 참고값이에요.
- 후견이 개시되기 전에 가족이 부모님 통장에서 큰돈을 옮겨두면 나중에 법원이 사용처를 묻습니다. 병원비 영수증은 지금부터 모아두세요.
- 부모님이 아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면 후견보다 가벼운 방법(위임, 임의후견, 신탁)이 맞을 수 있으니 상담부터 받아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안내이며, 구체적인 상담은 의료진 또는 해당 기관에 문의하세요. 후견 심판의 요건과 절차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청구 전에는 관할 가정법원이나 법률구조기관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