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은행 비밀번호를 세 번 틀려 계좌가 잠긴 날, 동생이 가족 단톡방에 “치매검사 한번 받아보자”고 올렸습니다. 그다음이 문제였어요. 보건소로 가야 하는지 대학병원 신경과를 예약해야 하는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누구는 보건소는 공짜라 하고 누구는 MRI까지 찍으면 백만 원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치매검사는 검사 하나가 아니라 선별검사, 신경인지검사, 뇌 촬영으로 이어지는 묶음입니다. 어디서 어느 단계까지 받느냐에 따라 비용이 0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벌어져요. 보건소 치매검사와 병원 검사가 어떻게 다른지, 단계마다 얼마쯤 드는지 순서대로 적어봅니다.
보건소 치매검사, 무료로 되는 범위
보건소 치매검사는 실제로는 보건소 안이나 바로 옆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합니다. 전국 시군구에 250곳 넘게 있고 만 60세 이상이면 인지선별검사(CIST)를 돈 내지 않고 받습니다. 주소지와 상관없이 사는 곳 가까운 센터를 이용해도 됩니다. 예약 없이 받아주는 곳도 많은데 검사 인력이 한두 명뿐인 센터는 헛걸음하기 쉬우니 전화로 시간을 잡고 가는 편이 낫습니다.
CIST는 검사자가 묻고 어르신이 답하는 문답식입니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부터 묻습니다. 단어 몇 개를 외웠다가 잠시 뒤에 다시 말해보게 하고 숫자 거꾸로 말하기, 도형 따라 그리기도 시킵니다. 13문항에 30점 만점이고 10분 안팎이면 끝나요. 같은 점수라도 나이와 학력에 따라 판정이 달라집니다. 초등학교만 나온 여든 어르신과 대학을 나온 예순 어르신에게 같은 잣대를 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인지저하가 의심된다고 나오면 진단검사로 넘어갑니다. 협력 의사가 센터에 나오는 날 그 자리에서 신경인지검사와 진찰을 받기도 하고 협약병원으로 의뢰서를 써주기도 합니다. 센터 안에서 받는 진단검사는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혈액검사와 뇌 촬영은 센터에 장비가 없어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병원 치매검사는 무엇이 다른가
병원은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로 접수합니다. 의사가 어르신과 보호자 이야기를 먼저 듣고 필요한 검사를 고릅니다. 보건소처럼 선별검사부터 차례로 밟지 않아서 첫날 신경인지검사와 혈액검사, MRI 예약까지 한꺼번에 잡히기도 합니다.
신경인지검사에는 CERAD-K나 SNSB 같은 도구를 씁니다. 기억력, 언어, 시공간 능력, 판단력을 영역별로 따로 재는 검사라 시간이 깁니다. CERAD-K는 1시간 안팎, SNSB는 1시간 반에서 2시간쯤 걸려요. 중간에 지쳐서 “그만하자”고 하시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검사 날에는 다른 일정을 잡지 마세요.
병원에서는 원인까지 봅니다. 혈액으로 갑상선 기능과 비타민 B12 수치를 확인하고 뇌 MRI로 뇌경색 흔적이나 해마 위축, 뇌에 물이 차는 수두증을 가려냅니다. 기억력이 떨어진 이유가 알츠하이머병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진찰료와 검사비 본인부담금이 나옵니다. 대학병원은 첫 진료까지 몇 주를 기다리는 일도 있고요.
보건소와 병원 치매검사 비교
| 구분 | 보건소(치매안심센터) | 병원(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
|---|---|---|
| 대상 | 만 60세 이상 | 연령 제한 없음 |
| 첫 검사 | 인지선별검사(CIST) | 진찰 뒤 의사가 검사 선택 |
| 신경인지검사 | 선별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나온 경우 | 첫 진료부터 가능 |
| 혈액검사·뇌 MRI | 센터에서는 불가, 협약병원 의뢰 | 가능 |
| 비용 | 선별검사, 센터 안 진단검사 무료 |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
| 약 처방 | 불가 | 가능 |
| 검사비 지원 | 소득 기준 충족 시 연계 | 센터 의뢰 없이 가면 받기 어려움 |
표만 보면 보건소가 반쪽처럼 보이는데 맡은 일이 다릅니다. 보건소는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고 병원은 원인을 찾아 치료를 시작합니다.

치매검사 비용, 검사별로 얼마나 드나
신경인지검사는 2017년 10월에, 치매가 의심될 때 찍는 뇌 MRI는 2018년 1월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습니다. 아래 금액은 보건복지부가 당시 발표한 본인부담 수준입니다. 수가가 해마다 조정되니 지금은 조금 다를 수 있어요.
| 검사 | 건강보험 | 본인부담 수준 |
|---|---|---|
| 인지선별검사(CIST) | 치매안심센터 무료 | 0원 |
| CERAD-K | 적용 | 상급종합병원 기준 6만 5천 원 안팎 |
| SNSB | 적용 | 상급종합병원 기준 15만 원 안팎 |
| 뇌 MRI | 조건을 채우면 적용 | 기본 촬영 7~15만 원, 정밀 촬영 15~35만 원 |
| 아밀로이드 PET | 비급여 | 100만 원 안팎부터, 기관마다 차이가 큼 |
MRI에 건강보험이 붙으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만 60세 이상이고 신경인지검사에서 치매 전 단계로 의심되는 소견이 나와야 해요. 검사 없이 “걱정돼서 찍어보고 싶다”고 하면 비급여가 되고 수십만 원이 그대로 나갑니다. 순서만 지켜도 돈이 덜 듭니다.
동네 의원이나 병원급은 본인부담률이 낮아서 같은 검사라도 대학병원보다 적게 나옵니다. 예약 전화를 할 때 신경인지검사와 MRI 본인부담금이 대략 얼마인지 물어보면 원무과에서 알려줍니다. 아밀로이드 PET은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더 자세히 볼 때 쓰는 검사로, 처음부터 권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치매검사비 지원, 소득 기준과 한도
보건소를 거치면 병원 검사비 일부를 지원받습니다. 치매안심센터 선별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나와 병원으로 의뢰된 분 가운데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가 대상입니다. 진단검사는 15만 원까지 나옵니다. 감별검사는 의원·병원·종합병원이 8만 원, 상급종합병원이 11만 원까지입니다.
조건이 붙습니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만 지원하기 때문에 비급여로 찍은 MRI나 PET은 빠집니다. 센터를 거치지 않고 병원에 먼저 가서 검사를 받으면 나중에 영수증을 들고 가도 지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요. 소득이 기준 안에 든다면 보건소부터 가는 게 유리합니다.
2026년 8월 1일부터는 보훈의료대상자도 같은 한도로 검사비를 지원받습니다. 보훈병원이나 위탁병원에서 받은 검사는 중복이라 빠지고 신청은 주소지 관할 치매안심센터에서 합니다. 센터에 등록한 뒤 받는 혜택은 치매안심센터 이용법 글에 따로 적어뒀습니다.

보건소와 병원 중 어디서 시작할까
집집마다 사정이 달라 정답은 없습니다. 그래도 갈리는 지점은 있어요.
- 깜빡하는 일이 늘었지만 일상생활은 혼자 하신다면 보건소 선별검사로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비용 부담이 없고 어르신도 “보건소 건강검사”라고 하면 덜 꺼리십니다.
- 길을 잃었거나 돈 계산을 못 하거나 성격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 병원 진료를 바로 잡는 쪽이 빠릅니다.
- 만 60세가 안 됐다면 병원으로 갑니다. 센터에서 상담은 해주지만 검사비 지원은 연령 기준에 걸릴 수 있습니다.
- 며칠 사이에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졌다면 치매검사를 예약할 일이 아닙니다. 바로 응급실로 가세요.
만 66세부터는 국가건강검진에 인지기능장애 검사가 2년마다 들어 있습니다. 설문지에 체크하는 방식이라 간단합니다. 여기서 의심 소견이 나오면 보건소나 병원 검사로 이어가면 됩니다. 증상이 어떤 식으로 시작되는지는 치매 초기증상 자가진단 글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건소 치매검사는 예약하고 가야 하나요?
센터마다 다릅니다. 당일 방문을 받는 곳도 있고 예약제로만 하는 곳도 있어요. 오전에 어르신이 몰리는 편이라 전화로 시간을 잡으면 덜 기다립니다. 신분증은 꼭 챙기세요.
Q. 보건소에서 정상이 나왔는데 가족이 보기엔 이상합니다.
선별검사는 10분 안팎의 짧은 검사라 초기 변화를 놓치기도 합니다. 학력이 높은 분은 점수가 잘 나오는 편이고요. 같이 사는 가족이 느끼는 변화가 뚜렷하다면 병원에서 신경인지검사를 받아보는 게 낫습니다.
Q. 장기요양등급 신청에 쓸 서류도 보건소에서 떼 주나요?
치매안심센터는 진료 기관이 아니어서 진단서나 의사소견서는 병원에서 받습니다. 등급 신청 절차는 장기요양등급 신청 방법 글에서 확인하세요.
Q.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부모님도 치매검사를 받을 수 있나요?
입원한 병원에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있으면 그 안에서 검사를 받습니다. 없으면 주치의가 다른 병원 외래로 의뢰합니다. 옮길 곳을 알아보는 중이라면 요양병원 찾기에서 지역별로 살펴보세요.
Q. 치매검사는 몇 번 받아야 하나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도인지장애로 나오면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다시 검사해 변화를 봅니다. 정상으로 나온 분도 해마다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검사 받으러 가기 전에
- 평소 모습을 아는 가족이 같이 가세요. 의사는 보호자에게 언제부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습니다. 날짜와 사건을 메모해 가면 진료가 빨라집니다.
- 드시는 약을 봉투째 가져가세요. 수면제나 일부 감기약처럼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약이 있습니다.
- 실손보험 청구가 되는지는 약관마다 다릅니다. 검사 전에 보험사에 물어보고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받아 두세요.
- 검사비 지원 한도와 소득 기준은 해마다 바뀔 수 있습니다. 신청 전에 관할 치매안심센터나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에 확인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안내이며, 구체적인 상담은 의료진 또는 해당 기관에 문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