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요즘 자꾸 깜빡해서 치매 예방약 좀 사다 달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약국에 가보니 ‘뇌 영양제’라고 붙은 통이 한 칸을 다 차지하고 있었고 병원에서는 콜린 어쩌고 하는 처방약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성분을 하나씩 뜯어보면 이름만 비슷하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처방전이 있어야 하는 약, 약국에서 그냥 살 수 있는 약, 식품으로 분류되는 영양제가 한 선반에 섞여 있는 셈이에요. 이 글에서는 흔히 치매예방약이라고 불리는 것을 종류별로 나눠서 어떤 근거로 쓰이는지, 누가 먹어도 괜찮고 누가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치매예방약’으로 허가받은 약은 없다
먼저 짚고 갈 게 있어요. 식약처가 “치매를 예방한다”는 효능으로 허가한 의약품은 현재 없습니다. 치매 치료제로 처방되는 도네페질이나 메만틴도 이미 진단받은 환자의 증상 진행을 늦추는 용도이지, 건강한 사람이 미리 먹어서 치매를 막는 약이 아니에요. 그 약은 치매약 종류와 부작용 정리에서 따로 다뤘으니 여기서는 빼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치매예방약이라고 부르는 건 뭘까요. 크게 세 갈래입니다. 하나는 ‘뇌기능 개선제’라는 이름으로 처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같은 전문의약품, 또 하나는 은행잎 추출물처럼 약국에서도 살 수 있는 생약 성분 제제, 마지막은 오메가3나 포스파티딜세린 같은 건강기능식품이에요. 효능이 입증된 정도도, 가격도, 부작용 위험도 제각각이라 묶어서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약인데 왜 논란일까
글리아티린·글리아타민 같은 상품명으로 알려진 성분이에요. 어르신 처방전에 ‘뇌기능 개선제’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허가된 효능은 뇌혈관 결손에 따른 이차 증상이나 퇴행성 뇌 질환에 동반되는 감정이나 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같은 항목이고요. 여기에 ‘치매 예방’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한때 치매 진단이 없는 분들에게까지 워낙 널리 처방되다 보니 건강보험 쪽에서 제동이 걸렸어요. 2020년부터 치매 진단이 없는 경우에는 약값 본인부담이 80%로 올라갔습니다. 치매 환자는 기존대로 30%대 부담이고요. 같은 약인데 진단명에 따라 한 달 약값이 몇 배 차이 나는 구조가 된 거죠. 여기에 더해 효능을 다시 입증하라는 임상재평가가 진행돼 왔고 장기 복용과 뇌졸중 위험 사이의 연관 가능성을 보고한 국내 연구도 있어서 처방 범위는 앞으로도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에요.
참고로 비슷한 자리에 있던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은 재평가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2022년에 판매가 중지됐습니다. 몇 년 전까지 어르신들이 흔히 드시던 약이라, 지금도 집에 남은 걸 드시는 분이 있다면 정리하시는 게 좋아요.
은행잎 제제, 약국 약과 영양제가 따로 있다
은행잎 추출물(은행엽엑스)은 좀 복잡합니다. 같은 원료인데 의약품으로 허가된 것과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온 것이 둘 다 있거든요. 기넥신·타나민 같은 건 의약품이고 효능에 말초동맥 순환장애와 함께 어지러움·이명·기억력 감퇴 같은 뇌기능 장애 증상이 적혀 있어요. 다만 이 적응증도 식약처 재평가 과정에서 조정된 적이 있으니 지금 손에 든 제품의 설명서 문구를 보는 게 정확합니다.
건강기능식품 쪽 은행잎추출물은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과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 문구로 나옵니다. 의약품보다 함량 기준이 다르고 치료 목적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포장에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는지 보면 구분됩니다.
은행잎 제제에서 꼭 기억할 건 출혈 위험이에요. 혈액을 묽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나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소판제를 드시는 분은 멍이 잘 들거나 출혈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어르신 상당수가 심장이나 뇌혈관 때문에 이런 약을 드시니까 은행잎을 더하기 전에 처방의에게 한 번 물어보셔야 해요. 수술이나 발치를 앞두고 있다면 보통 1~2주 전부터 중단하라고 안내합니다.

영양제는 ‘기능성 인정’ 여부부터 본다
약국이나 홈쇼핑에서 ‘기억력’, ‘인지력’을 내세우는 영양제는 종류가 끝이 없어요. 고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식약처가 그 원료에 인지 관련 기능성을 인정했는지. 인정 원료로는 포스파티딜세린(노화로 인한 인지력 저하 개선에 도움), 은행잎추출물, 홍삼(기억력 개선), 테아닌 정도가 대표적이고 제품마다 원료와 함량이 다르니 포장 뒷면의 기능성 내용을 직접 읽어보셔야 합니다.
오메가3는 혈중 중성지질 개선과 혈행 개선 쪽으로 기능성을 받은 원료라, 인지 기능 쪽은 연구 결과가 엇갈려요. 비타민B12와 엽산은 결핍이 있을 때 보충하면 의미가 있지만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더 먹는다고 기억력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피검사에서 결핍이 확인된 뒤에 보충하는 게 순서예요. 비타민D도 마찬가지고요.
영양제라고 마냥 안전한 것도 아니에요. 오메가3도 고용량이면 출혈 경향이 생기고 여러 제품을 겹쳐 먹으면 같은 성분이 중복됩니다. 어르신 약봉지에 이미 여섯 알이 들어 있다면 거기에 영양제 서너 통을 더하는 게 몸에 부담일 수 있어요.

종류별 비교
| 구분 | 콜린알포세레이트 | 은행잎 제제(의약품) | 인지 관련 건강기능식품 |
|---|---|---|---|
| 분류 | 전문의약품(처방 필요) | 전문·일반의약품 둘 다 있음 | 식품 |
| 허가·인정 내용 | 뇌혈관 결손 이차 증상, 퇴행성 뇌 질환 동반 증상 등 | 말초동맥 순환장애, 뇌기능 장애 증상 | ‘기억력 개선에 도움’ 등 기능성 문구 |
| 치매 예방 효능 | 허가 사항 아님 | 허가 사항 아님 | 인정 안 됨 |
| 건강보험 | 치매 진단 없으면 본인부담 80% | 처방 시 일부 적용, 일반약은 비급여 | 해당 없음 |
| 대표 주의점 | 장기 복용 관련 논란, 재평가 진행 | 항응고제·항혈소판제와 출혈 위험 | 중복 섭취, 과대광고 |
먹어도 되는 사람, 조심해야 하는 사람
치매 진단을 받았거나 경도인지장애 소견이 있어서 의사가 처방한 경우라면, 처방 이유를 듣고 그대로 드시면 됩니다. 문제는 “혹시 몰라서” 미리 먹는 경우예요. 건강한 60대가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자비로 사 드시는 건 비용 대비 근거가 약하고 은행잎은 혈전 약과 겹칠 수 있고, 영양제는 결핍이 없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아래 해당하면 어떤 종류든 시작 전에 처방의나 약사와 상의하세요.
- 와파린,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처럼 피 묽게 하는 약을 드시는 분
- 수술이나 발치, 내시경 시술이 잡혀 있는 분
- 이미 하루에 복용하는 약이 다섯 가지 이상인 분
- 신장·간 기능이 떨어져 있다고 들은 분
그리고 건망증이 걱정돼서 약을 찾는 거라면, 약보다 먼저 할 일이 있어요.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겁니다.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되고 거기서 인지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해요. 절차는 치매안심센터 이용법에 정리돼 있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면 그때 의사가 약을 쓸지 판단하는 게 맞는 순서이고 이미 돌봄이 필요한 단계라면 내 주변 요양병원 찾기에서 치매 진료가 가능한 곳을 확인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치매예방약 처방받으려면 어디로 가나요?
‘예방약’으로 처방되는 약은 없어요. 기억력 저하가 걱정되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인지검사를 먼저 받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약이 결정됩니다. 치매안심센터 선별검사를 거쳐 가도 됩니다.
Q. 콜린알포세레이트 한 달 약값은 얼마나 하나요?
치매 진단이 있으면 본인부담 30% 기준으로 한 달 몇천 원대, 진단이 없으면 80% 부담이라 1만~2만 원대로 올라가는 편이에요. 용량과 약국마다 차이가 있으니 처방 시 확인하세요.
Q. 은행잎 영양제와 은행잎 약을 같이 먹어도 되나요?
같은 성분이 겹치는 거라 권하지 않아요. 둘 중 하나만, 그것도 혈전 약을 드시고 있다면 의사에게 알리고 결정하는 게 안전합니다.
Q. 포스파티딜세린은 효과가 있나요?
식약처가 ‘노화로 인한 인지력 저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예요. 다만 건강기능식품이라 치매를 막거나 치료한다는 뜻은 아니고 연구 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Q.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께 영양제를 넣어드려도 되나요?
반입 전에 담당 간호사나 의사에게 성분을 보여주고 확인받으세요. 기존 처방약과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어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임의 반입을 제한합니다.
주의사항
‘치매 예방 효과 입증’, ‘먹으면 기억력이 돌아온다’ 같은 광고 문구는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 기준상 쓸 수 없는 표현이에요. 그런 문구가 붙어 있으면 오히려 걸러내는 신호로 보시면 됩니다. 어르신이 홈쇼핑이나 방문판매로 사 둔 제품이 있다면 성분표를 사진 찍어 다음 진료 때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중복과 상호작용을 많이 걸러낼 수 있어요. 그리고 어떤 약이든 시작한 뒤 멍, 잇몸 출혈, 소화불량, 어지러움이 새로 생기면 바로 알리셔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안내이며, 구체적인 상담은 의료진 또는 해당 기관에 문의하세요.